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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섬나라의 바캉스
 작성자 : zeezeec 
 작성일 : 13/07/31 13:10 (2013/07/31 13:10) 
 카테고리 :  
 조회수 : 787 
 돌이켜 보니 저는 지난 몇 년간
여름휴가를 가 본적이 없습니다

바쁜 것 한 편에
막상 휴가 기간을 부여받아도
어딘가로 떠나기 보다는
조용히 전화기를 꺼 놓는 시간정도가
다 였나 봅니다

군대에서 주어지던 휴가 이후로
저에게 휴가는 그다지
달콤하고 설레이는 것이 아닌게 되었나 봅니다

잘 노는 것도
능력의 척도라는 세상에서
저에게 휴식은
모나게도
혼자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친구가 저를 평하며
해준 말 처럼

저는 여러사람과 부대끼는것 보다
혼자 있을때에 더 많은 것들이
명료해 지고, 발전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괄괄하게
이사람 저사람
만나고 다니다가도
때가되면 잠시
모든 것에 거리를 두고
저를 보러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많아지는 일 덕에
올 여름휴가도
남 이야기가 될 듯 하지만

저는 지금 시원한
야간열차에 앉아 소박하고도
허황된 휴가를 그려봅니다




대학생이던 10년 전
혼자 앉아 있던 통영 섬마을 언덕위에는
대영 박물관 처럼 커다란
도서관이 있습니다

거대하고 웅장한 도서관 안에는
저 혼자 뿐입니다

도서관의 커다란
수백개의 창문들은
바다와 햇살을 한가득 실내에 들입니다

그리고 이 곳에는
오전 11시 같은 햇살이
밤은 없이 하루종일 계속됩니다

그 거대한 공간에 저는
진공관 앰프와 좋아하는 음반들만 여러개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틀어놓은 음악이
성처럼 거대한 도서관에 조용히 울립니다

자다 뒹굴고 먹는 것을 반복하다
어느덧 저는 지루해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평소에는 엄두도 못내던
저와 무관하지만 호기심어린 책들을 꺼내들고
진지한 눈과 졸린눈을 번갈아 하며
대충대충 읽다가 하나씩 바닥에 던져 버립니다

그렇게
과학코너
인문코너
철학코너
예술코너를 지나

3주째 쯤 지난 어느 날

저는 구하기 힘들던
외국 잡지들 코너에
다달았습니다

아름답지만 쓸모없는 것들로
가득찬 전세계의 예술잡지들을
훌터보며

저는 마음에 드는 이미지들을
북북 찣어냅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씩

바다의 수평선이 담겨진
유리창에 붙여 봅니다

알록달록해진 유리창은
11시의 햇살을 투영하고

그 빛깔은 실내를 반짝입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던 저는
다시 한 숨 자기로 합니다

그리고 몇 일을 잤을까

조용한 제 도서관에는
반가운 사람이
놀러와 있습니다

그 친구는
본인이 좋아하는 책들에
파뭍혀서는 그 어느때 보다도
즐거워 보입니다

그러던
우리는




몇 달만에 핸드폰을 찾아내어
중국집에 탕수육을 시키기로 하고는

이제야 해가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창가에 누워
배달선(船)을 기다립니다

 
 from 211.234.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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