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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초대
 작성자 : zeezeec 
 작성일 : 10/10/07 01:11 (2010/10/07 22:54) 
 카테고리 :  
 조회수 : 1016 
 언제 부터인가
저는 혼자 식사하는 것이 편했습니다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느날 저는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둥글둥글하게
사람들과 잘 지내는 저 이지만

식당에 혼자 앉아
그때 만이라도 제 시간을 갖는게
달콤했나 봅니다

하지만
식사는 마음의 척도일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밥을 먹는 것은
그런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신비한 경험을 했습니다
시내 한 복판에서 그를 또 만난 것입니다

'그 분'은 저를 알지 못합니다
저도 그 분에 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3년을 주기로
그 분을 다른 장소에서 마주칩니다



처음 그 분을 만난 건 중학교 1학년 쯤
공립도서관에서 였습니다
30대 중반에 덩치가 커다란 남자

그 분은 특이한 외모를 가졌습니다
두꺼운 안경과 작은 눈에
굳게 다문 입을 하고는
공립도서관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항상 표정에는 감정이 없었고
무채색의 바지와 싸구려 점퍼로
세상과 담을 쌓은 모습이었습니다

항상
한 두 걸음 앞
길만 쳐다보며 무표정 하게 걷는
그 분을 보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분들과는
또 다른, 아주 작고 미묘한
'다름'이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 후 저는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가고
회사를 가고
제 일을 하며

시간이 무색하게 내달렸지만
3년을 주기로 제 앞에 나타나는
그 분의 표정과 시선은
소름이 돋을 만큼
항상 똑같은 모습입니다

마치, 평생에 과제로 주어진
한가지 문제에 해법을
고민하는 듯한 그의 눈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고민을 안고
저와 3년을 간격으로 마주쳤을뿐
한 번도 쉼없이 계속 걷고 있는
사람인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그 분을 만날 때마다
큰 확성기로
'너는 지난 3년간 어떤 답을 찾았냐'는
질문을 받는 것만 같아
항상
그 자리에 얼어붙습니다




지난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 분의 눈빛과 표정은
그대로 이지만

안타까운 것은
행색이 점점 초라해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길에서 본 그는
고민에 빠진 듯 무표정하게
길을 응시하며 걷던
예전의 그와
저에겐
똑같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넋이 나간 걸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약속처럼
3년 후 그를 만날 것에
더 이상 의심을 안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3년 후 그 날엔
그 분께 말을 걸고
함께 가볍게 식사를 하려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적어도 나에게
의미있는 존재임을
말해 보려 합니다



 
 from 58.149.39.248  
 
수현 왠지 어릴적 읽었던 좀머씨아저씨이야기 같아 주인공아이처럼 어른들과 다른시각으로 보는 눈을 가지고 있군요. 1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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